드디어 휴가당일. '여름휴가'라는 정식 명칭으로는 근 3년만에는 처음이다.
처음엔 스트라이다를 가지고 떠날 계획이었지만, 출발 전에 확인한 일기예보로는 당일은 전국적으로 비가 온단다.
서울에 비해 전라도쪽은 예상강수량이 적긴하였지만, 강수확률은 60~90%. 스트라이다를 접어두고 우산과 우비를 챙길 수
밖에 없었다. 기상청의 예보를 믿을것인가? 아니면 그냥 한번 달려볼까 라고 고민하다 결국은 포기했다.
'스트라이다 스포크가 부러지면?' '택배로 보내지뭐' 등등의 예상했던 대처방법들이 모두 순식간에 날아가는 순간.
다녀온 후에서야 쓰는 글이지만, 비가오지 않았더라도, 스트라이다와 함께했다면 너무 힘이들었을 여행이라 생각되어서,
오히려 비가와서 자전거여행을 접을 수 있었던것에 대해서 날씨에 대해 고마운 생각도 든다.
출발은 용산역. 경부선은 서울역에서 타지만, 호남선쪽의 출발은 용산역에서 출발한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호남선을 탔던
기억은 2000년초 전주를 갔을때 이후 두번째이다. 지금은 그때의 사진 파일마저 다 날아가서 생각도 잘 안나지만...
용산에서 보성까지 한번에 가는 6시간짜리 무궁화호가 있긴하지만, (출발 09:45분-15시:44분) 도착시간과,
내가 생각한 일정과는 거리가 있었던 관계로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무박으로 다녀오기로 했다.
첫출발은 23:10분(도착 03:29분) 광주행 무궁화호 열차. 네이버 지식인에서 확인한 답변으로는 광주역에서 보성까지
운행하는 무궁화호 열차가 06:00에 있다고 봤었는데, 답변이 2006년에 쓰여진 것으로 봐서는 이후에 운행정보가
변경되었거나 없어진것 같다. 보성까지 기차를 이용하려면 광주역에서 내리면 아니되고, 광주KTX역 바로 이전의
송정리(광주시내)에서 하차를 하여야한다. 송정리에서 보성으로 출발하는 가장 빠른 기차편은 06:37출발-08:06도착이다.
KTX가 언제부터 운행을 했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KTX가 운행하기 시작하기부터 무궁화호를 안탔으니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더군다나 야간기차라, 옛날 생각이 많이났었다. 그때는 그 친구를 보려고 토요일 야간기차를 타고 내려가고,
월요일 새벽 4시출발 무궁화호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어도 하나도 안피곤했었는데 말이지. -_-
아무 생각없이 '어른1'을 선택했다가, 복도쪽 자리로 배정되었다. 야간기차 승객의 대부분은 '창가1'을 선택하기때문에,
창가쪽 좌석을 선택하지 않는이상 혼자 복도쪽으로 자동 배정된다. 조금이라도 편하게 가려면 혼자 앉을 확률이 높은
창가쪽 좌석을 선택했어야 하는데, 승객이 많지 않을거란 생각에 아무 생각없이 예매를 했다가 복도쪽의 자리를 얻었다.
다른 옆자리나 앞자리는 창가1을 택하신분들이라 혼자 좌석을 다 차지하고 갔지만 나에게는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물론 내 옆에 앉으신 분도 그랬겠지만 -_-
'창가1'을 선택하신 현명한 1인
드디어 광주 도착. 혹시나 했지만 06:00시 보성행 기차는 없었기때문에, 버스를 이용하기로 하고
광주(광천)터미널로 이동을 했다. 광주역앞에는 장거리 이동을 하는 택시가 많았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다원의 일출을 보는 가장 빠른 루트는 광주까지 밤기차(23:10~03:29)를 타고 이동하고, 광주에서 보성터미널까지
택시로 이동하고, 보성 터미널에서 06:00시 군내버스를 타는 방법이 있다.
광주에서 보성까지 가는 시외버스의 첫차는 06:10분에 있었기에, 두시간 이상의 시간이 남은 나로서는 급하지가 않았다.
혹시나 해서 콩나물에서 뽑아놓은 지도를 찾아 도보로 터미널까지 이동했다. 느린걸음으로 걸린 시간은 한시간가량.
택시를 탔다면 기본요금 내에서 해결될만한 거리였다.
도보 이동시 느낀 버튼 줌백 28L의 가장 큰 장점과 문제점은 크다는것이다. 넣는대로 다 들어가니까 이것저것 아무거나
다 쑤셔넣었다가 10Kg을(달아보지는 않았지만) 상회하는 살인적인 무게에 어깨가 아팠다 -_-a
가방에 들어있던 목록은 5D, 15mm, 50mm, 16-35mm, 70-200mm, 가서 한번도 켜지않은 ux50 -_- 기타 잡동사니 등등
05:00시 버스터미널 도착. 여기가 바로 광천 터미널. 지은지 얼마 안되었는지 공항을 떠올릴만큼 시설이 좋았고,
깔끔했다. 오는 차편을 버스로 선택하게 한 요인도 그 때문.
보성행 06:10분 출발 버스표를 구입하고(6,700원), 남은건 한시간 남짓의 시간을 때우는 방법뿐.
큰 길 건너의 터미널 PC방도 갔었는데, 에어컨도 없고 돌아가는 대형 선풍기, 끈적이는 키보드/마우스 덕분에
20분도 못버티고 나와버렸다. WoW 로그인도 안했다. -_-
드디어 보성터미널 도착. 광주에서 보성까지는 1시간30분 정도가 조금 더 걸린다.
콩나물에서 보성군내의 지도도 출력해갔었는데, 얼마나 터무니 없는 짓인지를 깨달았다.
주변 건물과 비교해서 찾아볼래도 볼게 있어야 말이지. 도대체 18번 국도로 가는길이 어디랑께요?
보성에서 대한다원까지 가는 군내버스는 06:00분, 07:00분, 07:20, 08:10, 08:30, 09:10분~~~ 이렇게 있다.
시간상으로는 08:10 분 군내버스를 탈수 있었지만 어리버리까다가 놓치고, 08:30분 출발 군내버스를 탈 수 있었다.
군내버스 보성터미널 시간표.
06:00, 07:00, 07:20, 08:10, 08:30, 09:10, 09:45, 10:30, 11:15, 11:55, 12:40, 13:35, 14:10, 15:00, 15:40, 16:30, 17:10,
17:45, 18:30, 19:00, 19:40, 20:30
보성 터미널에서는 크게 두가지의 버스가 있었는데, 율포넘어까지 운행하는 완행 군내버스 (보성군이라 적혀있음)와
광주-보성-율포등의 조금 먼 거리를 운행하는 직행버스 (광우교통-흰색)이다.
터미널의 출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서 군내버스를 탈수 있었다.
버스에 오르기 전에 녹차밭을 가냐고 물었더니, 버스기사님이 친절히 하차지점도 알려주셨다.
정확한 도착 시간은 08:45분. 보성터미널에서 15분도 안걸리는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정식명칭은 대한다원(1다원)이나, 보성녹차밭, 보성다원 등으로 불리우는 것 같다.
사진에서 많이 봤던, 메타세콰이어 길.
역시 사진으로 보는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고나 할까. (물론 실제로 보는것이 더 감동이라는것이다)
'대한다원주식회사'인가 몰겄네 -_- 아아 무식한쿠키씨
사진에 욕심을 내어 단숨에 올라가긴했지만, 역시나 즐기지 못했다는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무리하게 일정을 잡은 것도 모두 해뜰녁의 녹차밭 사진때문이기도한데, 날씨가 그리 좋지도 않았지만,
아주 나쁘지도 않았기때문에 그럭저럭 만족했다.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은 없었으며, 잠깐 산책온 아저씨, 몇몇 여+여 커플 외에는 복잡하지도 않고 조용했다.
녹차밭을 떠날즈음에는 관광버스를 대절한 단체 아주머니아저씨 관광객들도 왔었으니,
그들이 조금 더 부지런하지 않음에 감사했다. -.-
꿈에 그리던 좋은 렌즈를 사용하며, 멋진 풍경앞에서 사진을 찍긴했지만 왠지모를 쓸쓸함은 어쩔 수가 없다.
아침 시간에 쫓겨 사진을 찍고, 렌즈를 갈아끼운 기억 밖에 없다고나 할까. -_-
여유를 찾아 휴가를 왔는데, 더욱 여유가 없어지는 느낌에 애처로움 마저 느껴졌다 -_-
보성 녹차밭의 가운데에는 무덤이 있어 구도를 망친다. 트리밍이 안된 원래의 풍경은 이러하다.
사진의 색감은 포토샵으로 해결이 가능하지만, 구도는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없다.
결론은 많이 보고, 많이 찍는수 밖에 없는데, 도저히 귀찮아서 말이지 ㅡ,ㅡ; 노력하기는 싫고 욕심은 많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준비해온 비옷을 입긴했으나, 활동의 어려움에 금새 사진에 대한 마음을 접었다.
녹차밭 아래에는 기념품 가게와 식당등 상품화된 관광지라 느낄정도의 편의시설들이 갖추어져있었으며,
경관을 해친다고 생각되기보다는, 같이 어우러져 오히려 편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품화된 관광지의 장점이랄까?
녹차가루가 뿌려진-_- 녹차 돈까스가 6,000원 , 녹차 아이스크림 2,000원 , 대한다원 녹차 티백 5,000원
뭐 그렇다... -0-
녹차밭을 나오면서 드는 생각은, 좋다/나쁘다의 생각보다도 빗물과 흙탕물이 튀어버린 내 에어맥스90 올흰 생각뿐.
나름 관리 잘하면서 신고 있었는데, 이젠 이미버린 몸..
다원앞 큰길에 있던 매점에서 티슈를 사서 신발을 닦고, 정류장에서 율포행 버스를 기다렸다.
율포행 군내버스 시간표가 있긴했지만 오는건지 가는건지 헷갈렸고, 몇번의 기다림 끝에 이젠 해탈의 경지에 올랐다랄까.
mp3p에서 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흥얼흥얼대고 있으니까, 군내버스가 왔다. 율포를 가냐고 물었더니 간덴다.
신발 벗고 있었는데, 가방 챙기랴, 우산 챙기랴, 우비 챙기랴, 신발 신느라 시간을 무지 끌었다. -_-
그래서 도착한 율포 해수욕장. 다원에서 군내버스로 15-20분 정도면 도착한다. 중간에 대한2다원으로 가는길도 있었는데,
군내버스로는 가지 않는길이었던 것 같다. 아마도 자전거 여행이었더라면 2다원+율포까지가 목표가 되었을 것 같긴한데,
대한2다원을 못가본 것이 아쉽기도 하다. 자전거 여행이 취소된걸 가장 기뻐했던 것이 바로 율포행 군내버스를 탔을때다.
스트라이다로 그 언덕을 넘었을 생각을 하면 꿈에도 생각하기 싫다.
해수욕장 시즌이 끝난걸 알았기 때문에 나이스바디, 핫바디 착한바디의 언니들 뭐 이렇게 큰걸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시즌 끝의 무료함이 이런거구나 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남겨진 쓰레기 뭐 이런 것들? 생각보다 바다의 물이 깨끗하지 않음에
놀랐고, 해수욕장 앞에 수영장풀이 만들어져 있음이 수긍이 갔다.
보아뱀
갈매기씨
율포에서 보성터미널을 거쳐, 광주까지 가는 직행버스를 타고 광주까지 이동했고 (7,200원),
광주에서는 동서울까지 버스를 선택했다.
정확히 따져보지는 않았지만, 교통비,식비,간식비 모두포함해서 80,000원 정도로 해결되었다.
조금 더 편하게 이동하거나 더 쓸 수도 있었는데, 그냥 그러기는 싫었다.
쉴 수있는 시간이 주어짐에 감사하고, 말뿐인 계획이 아니라 실천할 수 있는 계획에 뿌듯해 하는 여행이었다.
그렇지요. 뭐라도 해야지 의미가 있는거지요. 레이드 인던 묶임의 휴가가 아님에 뿌듯해지는 아름다운-_-휴가
보성 2008 여름 막바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