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티비뉴스에서 '무선 전기 주전자'의 대한 비교 리포트를 보게 됐는데, 주 내용은 한국의 컨슈머리포트(CR)를 표방하는 스마트컨슈머에서 국내로 수입되는 무선 전기 주전자를 비교/벤치마킹하고 결과를 내놓은 것이었다. 기사 제목은 "무선 주전자 성능은 비슷, 가격은 5배 차이", 결론은 "어느 제품을 사용하더라도 차이다 없다" 였는데, 제품의 목적에 부합하는 성능을 측정하고 가격을 비교하는 거야 당연한 일이지만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 중 큰 요소 하나인 '디자인' 배제되었다는 것이 좀 안타까웠다. 물건 본래의 목적도 중요하지만, 그외에 부가적인 요소로 아름다운 제품 디자인, 완성도 높은 만듦새를 중요시 하는 사람으로서는 좀 아쉬웠다고나 할까.
처음 dyson을 알게 된 때는 몇해 전 gadget news 카테고리에서 '날개 없는 선풍기'라는 기사를 통해서 였는데, '나오면 하나 사야지'라고 생각했다가 가격을 보고 맘을 고이 접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 언젠가 어머니랑 이마트에 갈 일이 생겼는데, 진열된 다이슨 선풍기를 보시더니 이거나 하나 사라고 하셨을 땐... 헐... 설마, 고작 선풍기 따위가 50만원인지는 상상도 못하셨을 게다. 498,000원을 49,800원으로 잘못 보셨을터인데, 사실 49,800원 정도면 누가 봐도 납득이 되는(resonable) 가격이지... 암...
DC22 Origin
남자도 청소하고 싶게 만드는 청소기라는 다이슨에 대한 우스개소리처럼, 가전 제품이라기 보다는 기계(machine)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어찌하다보니 DC22 Origin 모델을 사게 됐는데 써본거라곤 핸디형 청소기 밖에 없어서, 비교 대상의 기존 청소기와 비교하기엔 무리. 다이슨 루트 사이클론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을 '흡입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라고 하는데, 흡입력이 떨어지는 걸 써봤어야 말이지.
어쨌든 청소기 본래의 목적은 만족 하는 편이지만, 편의(부가) 기능은 너무 떨어진다. 설마 60만원짜리(이 가격을 주고 사진 않았지만) 청소기 손잡이에 전원 버튼이 없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부가 기능들은 그다지 필요치 않은데, 사용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단점은 집진통 청소할 때. 내부에 코어 세퍼레이터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에 쌓이는 먼지가 장난이 아니다. 근데 문제는 구조상 이 부분을 깨끗이 털어낼 수가 없어서 청소를 끝내고, 집진통을 청소하다보면 항상 멘붕. 그렇다고 그냥 두기엔 찝찝하고.
투명 아크릴로 집진통 내부를 볼 수 있는데 시끄럽고, 부피 크고, 불편하고, 더럽다는 엄청난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시각적인 만족감은 준다. 다만, 장판 위주로 만들어진 우리나라의 일반 주택에서는 흡입력이 엄청난 장점이 되진 않을것 같고, 카페트 위주의 유럽/미국 주택은 되야 어느 정도 도움이 될 듯.
매트리스 청소할 땐 좋은데, 그 외에는 뭐 잘 모르겠다. 지금 생각하면 광고에 나오는 스팀 청소기가 백번 낫겠다 싶지만, 그건
사지 않을꺼 같음. (못생겼고, 가전 제품일 뿐이잖아) 살고 있는 집의 크기로 봐서는 다이슨 핸디형이 더 적당하겠지만, 충전형
배터리를 싫어해서 그다지... 3시간 충전해서 6분 쓰는 게 청소기냐??
참고로 적으면, DC22 Origin은 단종된 구형 모델이고, All Floors 모델에 포함된 헤드를 받았는데, 실제로는 하나 밖에 안 씀. 포장 뜯으면서 아까워 죽는줄 알았다.남자도 청소하고 싶게 만드는 청소기의 컨셉에 맞춰 다이슨을 사면 평소보다 청소를 더 자주 하고 싶어질까? 라고 지난 2년여 시간을 되짚어보니, 딱히 더 하진 않는 듯... FAIL!
AM-03 Air Multiplier
공식 명칭은 Air Multiplier, 혹은 날개 없는 선풍기(bladeless fan)
판매 되고 있다. 사실 기-구매자들에게 워낙 악명 높은 이야기를 많이 들은지라 별로 생각이 없었는데 12인치
리퍼(refurbished) 상품이 저렴하게 나오는 바람에 구매하게 됐다. 배송 대행을 하면 면세 범위인 15만원 안쪽으로
끊으니까 대략적인 가격은 정식 수입품의 1/3 수준. 근데 중요한 건 미국 판매 용은 110v 전원을 사용한다. (프리볼트 아님) dyson 제품은 "간지"로 먹고 사는데 변압기라니? 사실 220v -> 110v 강압기(Down Transformer) 때문에도 서너 번 고민을 더 했다. 작고 예쁜 게 없어서...-_-; 근데... 결국엔 샀다.
광고(보도)자료에 나오는 이야기들로는 뭐, 비행기의 제트엔진의 원리를 이용했다거나 굉장히 거창하게 말하지만, 실은 날개가 없는 것이 아니라, 숨겨져 있을 뿐이다. 동그란 부분은 그냥 흡입, 배출된 공기가 흐를 수 있게 만드는 덕트(air duct)의 역할만 할 뿐. 분리해 놓으면 신기할 것도 없어 보인다. 예쁜 인테리어 소품, 혹은 테이블 용 미니 선풍기의 용도로 사용한다면 매우 좋겠지만, 테이블 용으로 놓고 쓰기엔 꽤나 시끄럽다.
동그랗게 생긴 노브를 놀리면 풍량이 조절 되는데, 최소(min) 풍량의 경우는 어느 정도 감수하고 참을 수 있는 소음이지만,
최대(max) 풍량으로 쓰다간 노이로제 걸리겠다. 마트에서 진열된 상품을 봤을 땐 이 정도까진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사용하는 장소의 소음이 문제가 될 듯. 어느 정도 소음이 있는 장소면 몰라도, 회사나 조용한 집에서는 쓰기가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다. 풍량을 최대로 올리면 IDC에서 1U/2U 서버 돌아가는 것 만큼 시끄럽다. 요즘은 서버도 풀-로드(full-load) 걸지 않는 이상 대부분 정숙한 편인데, 얘는 풀로드 걸어 놓은 것 마냥, 그냥 미친거 같다.
주로 꼽는 단점은 리모컨이 없다. 타이머가 없다. 라고 하는데, 이러한 부가 기능들이 없다는 것은 제품의 컨셉에 충실하다고 보여진다. 10/12인치는 테이블 용도의 고급 미니 선풍기일 뿐. 그 이상을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가격 기대치가 높긴 하지만) 그리고 이런 용도라면 12인치 보단 10인치가 더 용도에 맞지 않나 하는 생각. 혹(강압기)달린 dyson 선풍기, 아무리 저렴하게 구매했다 하더라도 제작년에 산 중고 에어컨 보다 비싸다. (설치,유지비는 제외하고) 얘도 미쳤고, 나도 미친 거 같다.
흔히 말하는 장점 중에, 바람이 자연풍에 가까워 일반 선풍기에 비해 더 시원하다. 라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데, 플라시보 효과인 듯. (그렇게라도 믿어야 피눈물 안 날거 같다). 가장 큰 장점이자 유일한 장점은 역시... 날개가 없어 혹은 보이지 않아서 어린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 안전하다는 거. 이거 하나 뿐인 듯. 같은 가격이면 짭퉁 보단 강압기 쓰더라도 정품이 백번 낫지.
강압기
변압기, 강압기(반대는 승압기), 다운트랜스, 혹은 Transformer 라
고 부르는 것 들인데, 100~110v 전압을 먹는 미국형 기기들을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려면 반드시 이 강압기를 사용해야 한다.
용량은 CDP용도의 15W 짜리 미니 강압기 부터 200W 까지 있는데, Air Multiplier의 경우는 실측 40W 정도이고,
50W 이상의 강압기를 사용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근데, 15W 미니 강압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제품들은 부피가
엄청나게 크거나 무식하게 생겼단 말이지. 그렇다고 강압기만 아마존에서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강압기만 2-3일 정도 고른거
같은데, 결국은 맘에 드는 걸 못 찾았다. (오디오용 강압기가 있었는데 50만원이드라고 -_-)
강압기를 고르다가
선풍기가 먼저 도착하는 바람에, 결국은 적당한 가격대(만원)에 80W 강압기를 사긴 했는데, 110v 코드라고 다 똑같은 코드가
아니네... 다이슨은 플러그의 크기가 다른 NEMA 규격인거 같고, 강압기 출력단자의 110v는 I I의 크기가 같은 일반적인
형태. 서른넘게 살면서 110v 전원 코드가 다르게 생겨서 안 꼽힐 수 있다는걸 첨 알았다. 젠더 두 개 써서 연결은 되는데,
왠지 우스꽝스런 모습. 다이슨 엔지니어들은 제트엔진으로 선풍기 만들면서 프리볼트 아답터 같은거 한번도 구경 못해봤나??
Dyson
비싸고 실용성 부족한 제품이라고 까고, Dyson 제품 산다는 사람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면서 말리고 싶다고 해도, 어차피 살 사람은 산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예쁘니까. 비슷한 예로 아이브가 디자인한 애플 제품들이 있는데, 단순화해서 말하면 애플 제품들은 디자인'도' 좋은 제품, 다이슨은 디자인'만' 좋은 제품인 것 같다. 간지나고 멋진 제품이지만, 실용성은 떨어지는거 보면, 이런거 만드는건 영국 애들 종족 특성인가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