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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tterholic

봄... 꽃이 진다.

봄,

꽃,

청춘,

Contax G1, Planar G45, 4th Role / FUJI PROVIA 100 / 20100408 ~ 20100420






낙화(落花)







지난해 봄, 멀리서 전화선을 타고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꽃이 한창이야. 보고 가면 좋을 텐데. 하긴 네 나이에 꽃이 왜 좋은지 어찌 알겠남.”
말씀이 자랑과 타박 사이에 걸쳐 있었다. 취미라기에는 벅차게 철쭉 분재를 키우고 계셨던 어머니는,
온갖 색으로 피어난 꽃들이 당신에게 주는 기쁨을 전달할 도리가 없다고 생각하신 모양이었다.
그런가, 나이가 들면 꽃이 더 환하게 보이나. 이 나이에는 알 수 없다 하니 기다려봐야겠지만,
이유는 추측해볼 수 있지 않을까. 꽃을 발견하는 것은 자기 안에서 유리공을 꺼내 보는 일과 비슷하리라.
단조롭게 푸르렀던 잎들 사이로 그렇게 놀랍게 색채들이 솟아나는 건,
아마도 오랜 세월 세파와 실망으로 작은 금들이 나 있을망정,
여전히 잔잔하게 빛나는 자신의 영혼을 마주 보는 일처럼 느껴지리라.
그리고 이는 “마음은 이팔청춘인데 이 주름이 다 어디에서 왔을까나” 하고 거울을 보면서
쓸쓸하게 웃는 모습과 짝을 이룬다. 세상의 한 순환을 겪고 나서도,
이상하게 열여섯처럼 심장이 뛰고 있다고 느끼는 불균형에 마주치는 일이 노년의 정체일까.

...

봄… 꽃이 진다 [한겨레21 [노 땡큐!], 2009.04.10 제755호, 이찬웅]



20대 젊은 날만 청춘이라 생각했는데,
살아있는 모든 날이 청춘이더라.